공매도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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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와 관련해 관심이 높아질 때면 “주식도 갖고 있지 않은데 어떻게 주식을 파나요?”라며 질문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대부분 주식투자 경험이 짧은 초보자가 이런 의문을 제기합니다.
공매도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항의의 뜻이 강할 때도 있습니다.
갖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팔아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 정당한 상거래 행위냐는 불만인 것입니다.
공매도 때문에 내가 보유한 주식 가격이 급락해 피해를 본 경우라면 당연히 이런 불만을 제기할 수 있지만 사실 공매도의 실제 활용도를 꼼꼼히 따져보면 단점만 있는 제도가 아닌 걸 알 수 있습니다.

보유주식 없이 남의 주식을 빌려와 매도

주식투자는 기본적으로 주가가 오를 것을예상해서 주식을 매입하고, 실제로 주가가 오르면 그것을 팔아서 이익을 챙기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것이 공매도空賣渡입니다.
엄청난 악재가 발생했거나, 실적이 나빠질 게 확실하다면 주가 하락 가능성이 뻔히 보입니다.
이럴 때 주식을 들고 있다면 매도하는 것으로 큰 손실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락 가능성을 이용해 돈을 벌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내가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주식을 빌려와서 매도하고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 되사서 주식을 갚는 방법입니다. 이것이 공매도입니다.
말 그대로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주식을 매도한다고 해서 ‘空(빌 공)’ 자를 앞에 붙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할 것이 분명하다면 A는 B에게 주식 10주를 빌려옵니다.
이때 빌린 주식의 가격이 8만 원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A는 삼성전자 주식이 1주도 없었지만 빌린 주식을 팔아서 80만 원을 확보했습니다.
예상대로 삼성전자 주가가 7만 원으로 내려가면 A는 10주를 매입해서 B에게 해당 주식 10주를 갚으면 끝나는 것입니다.
이때 매입 비용으로 70만 원이 들었으니 결국 A는 10만 원의 이익을 고스란히 거둘 수 있게 됩니다.

주가의 버블을 억제하지만 악용될 수 있어

이처럼 공매도는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 기법입니다.
여기서 순기능이 있습니다.
특정 주식의 가격이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매도 주문을 증가시켜 주가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합니다.
주가가 무작정 오르기만 한다고 좋은 것은아닙니다.
모든 기업의 가치는 적정 수준이 있습니다.
이를 무시한 채 과도하게 가격이 오르면 반드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주식의 생리입니다.
하지만 초보 투자자의 경우,급등 종목을 따라가면서 매수했다가 주가가 급락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공매도는 주가 상승 과정에서 매도물량을 늘림으로써 과도한 급등을 방지하고 투자자를 간접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증권시장에서 시세조종과 채무불이행을 유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주식을 공매도한 후에 투자자는 주가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부정적 소문을 유포하거나 관계자는 부정적 기업보고서를 작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투자자의 예상과 달리 주식을 공매도한 후에 주가가 급등하면 손실 부담이 증가해 빌린 주식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결제불이행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주식을 빌려와서 파는것이 원칙인데 빌리지도 않고 팔아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자는 ‘차입 공매도’, 후자는‘무차입 공매도’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1996년부터 차입 공매도는 허용됐지만, 무차입 공매도는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부터 금지됐습니다.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투자자는 국내에서 무차입 공매도를 자주 저지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1년간 불법 공매도로 적발된 기관투자자가 총 105곳인데, 그중 외국계 기관이 98곳으로 93%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그중 45곳에만 총 86억 7,100만 원의 과태료가부과됐고, 나머지 56곳은 주의처분만 내려졌습니다.
외국인은 국내에서 무차입 공매도를 잘 하면 수십억, 수백억 원의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적발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만 그치니 금융당국을 무서워하지 않고 맘 놓고 불법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공매도 세력의 횡포 막기 위한 일시 중단

외국인은 불법적 공매도로 시장을 교란시킬 뿐 아니라 정상적인 공매도를 통해서도 빈번히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 외국인 공매도가 전체 물량의 90%를 넘어 공매도 거래대금만 33조 원에 달했습니다.
외국인은 국내 연기금이나 예탁결제원에서 대량으로 주식을 빌려서 공매도 주문을 낸 것입니다.
물론 세계적인 금융위기였기 때문에 증시 부진이 불가피했지만 외국인의 거센 공매도는 낙폭을 더 키우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2008년 10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5년간 금융주를 대상으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비금융주 대상의 공매도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8개월간, 유럽 재정위기 당시 3개월간 막아버렸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주식 시장이 폭락할 때도 공매도 세력은 기승을 부렸습니다.
누가 봐도 주가 하락은 예상됐지만 공매도 세력은 이를 더욱 부추겼고, 특히 주식을 빌리는 대차거래에서 유리한 외국인이 공매도에 나서며 큰 이익을 거뒀습니다.
이번에도 금융당국은 공매도를 금지하며 맞섰습니다.
2020년 3월 16일부터 9월 15일까지 6개월간 전체 상장종목의 공매도를 막아버린 겁니다.
반년이 지나 재개 시점이 됐지만 코로나 위세가 여전하자 정부는 금지조치를 올해 3월 15일까지로 다시 6개월 연장 했습니다.
이후 또 한 차례 연장해 올해 5월2일까지 유지했습니다.
3차례나 공매도 금지가 연장되자 반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공매도의 정상적인 순기능이 분명한데 증시 하락을 막자고 정부가 무분별하게 시장에 개입한다는 비난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 사이 코스피가 3,000선에 안착했으니 코로나 위기에서 시장을 지켜보겠다
는 공매도 금지의 목적은 달성한 셈입니다.
5월 3일부터 공매도가 일부 재개됐습니다.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지수에 속한 350개 중·대형주에 한해서만 공매도가 허용됐습니다.
나머지 2,037개 종목은 추후 재개 방법 및 시기 등을 결정한다는 단서가 달렸습니다.

여전한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공매도 금지를 3차례나 연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리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제도이고, 다른 국가에서도 모두 시행한다고 해도 외국인에게만 유리한 제도라면 문제가있다는 논리였습니다.
주식시장의 3대 주체는 외국인·기관·개인투자자인데, 사실상 개인은 공매도에 참여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공매도하려면 주식을 빌려와야 하는데 개인은 신용도 문제로 주식을 빌리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출발점 자체가 개인에게 불리한 제도이니 위기 상황에서 공매도를 금지 하는 것은 시장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
는 게 정부 방침이었습니다. 정부는 금지 기간에 외국인 전유물이 돼버린 제도적 미비점을 손질해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데’ 주력했습니다.
공매도 사전교육과 모의거래 과정을 이수하면 개인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게제도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에게 불리한 부분이 많습니다.

주식을 빌릴 때 제공해야 하는 대주 담보비율이 외국인보다 훨씬 높고, 외국인에게는 제한이 없는 공매도 기간도 개인은 60일밖에 안 됩니다.
개인투자자가 공매도를 쳐서 이익을 내려면 60일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공매도할 종목을 선정하는 능력에서는 여전히 외국인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습니다.
사실 주식투자는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주가가 오를 종목과 내릴 종목을 골라내는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무리 똑같은 조건으로 공매도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악재를 미리 파악할 수 있는 분석 능력, 정보력 등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그런데 5월 공매도 재개 이후 외국인의 뛰어난 분석 능력이 공매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2일 미국의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 업체인 MSCI가 ‘MSCI 코리아 지수’의 5월 정기변경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녹십자·HMM·하이브·SKC 등 4개 종목이 지수에서 새로 편입됐고, 삼성카드·롯데지주·한국가스공사·GS리테일·한화·현대해상·오뚜기 등 7개 종목은 지수에서 제외됐습니다.
MSCI지수에 새로 편입되면 글로벌 펀드가 해당 종목을 사서 포트폴리오에 넣는 경우가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고, 제외되면 하락할 공산이 큽니다.
그런데 MSCI지수 제외 종목 중 상당수에 공식 발표 전부터 공매도가 집중됐습니다.
삼성카드는 5월 3~11일 6거래일 동안 하루 를 제외하고 전체 거래대금 가운데 공매도 거래 비중이 가장 높았습니다.
오뚜기 역시 6거래일 내내 공매도 거래 비중 상위 1~3위에 올랐습니다.
가스공사를 제외한 모든 편출 종목이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 상위 50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였습니다.
MSCI지수에 새로 편입되느냐, 제외되느냐는 전문적인 분석 능력이 있다면 예측이 가능합니다.
외국인은 이를 미리 파악해서 편출 종목을 내다판 것입니다.
이러니 국내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제도를 극렬히 반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글/ 임상균 매일경제신문 주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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